오늘은 6:30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한 일은 방바닥을 걸레질하는 것이었다. 미세먼지가 250을 넘나드는 때 무심결에 방바닥을 닦고나서 걸레를 하얗게 뒤덮은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한 후로, 방바닥 위생에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조용한 아침에 방바닥과 걸레가 마찰하는 소리는 할머니가 걸레질 하며 내쉬던 숨소리와 리듬을 생각나게 했고, 걸레질하는 아빠를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잡념없는 어떤 무아의 경지를 체험했다. 방바닥을 걸레질하다가 말이다. 방바닥을 걸레질 하며 아침부터 걸레질 하고 있는 '나'에 대해 신기해 하기도 했다. '지금 나 처럼 방바닥을 아침부터 닦고있는 서른살 남자가 또 있을까?' 로 시작하여 전지구의 안녕을 기원하기도 했다. 어렸을 적 방청소를 미루고 미루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 쯤이면 잔뜩 신경질이 나서는 내가 빗자루 질을 할테니 너가 걸레질을 하라면서 떠넘기던 것이었는데, 오늘 아침의 그것은 내게 무아의 경지를 경험케 하였다. 고작 걸레질이 말이다.
내가 요즘 행복을 느끼는 것은 이런 작은 것들이다. 설거지를 끝냈을 때, 분리수거를 깔끔히 마쳤을 때, 육식을 자제했을 때, 11시 이전에 잠을 자서 매우 체력충만할때, 오전10시 예배를 다녀올 때, 카드값이 x만원 미만일때, 퇴근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잘 때. 눈부시는 햇빛을 선글라스로 막을 때, 비를 장우산으로 막을 때, 서른어른의 행복이라는게 어린이였을 때 당연하게 하던 것이었던 것들이다.
작은 성취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깨닫는 요즘이다.
실로암에서 고침받은 소경의 고백은 과연 칭찬받을 일이었다. 결코 작은 것이 작은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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