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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3
얼마전 7년을 괴롭히던 사랑니를 뺐다.
7년전 군인의 규칙적인 삶과 매일 보장된 8시간 잠 때문일까. 알게모르게 성장호르몬인지 뭐가 나와서인지, 깊게 잘때마다 사랑니가 불쑥불쑥 자라났다. 자랄때마다 잇몸을 찢으면서 염증과 귀와 머리가 아프게하는 고통에 시달렸다. 당시 신년예배에 마치 군생활의 점괘마냥 미신적으로 믿었던 말씀카드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볼지어다 마귀가 장차 너희 가운데에서 몇 사람을 옥에 던져 시험을 받게 하리니 너희가 십 일 동안 환난을 받으리라"
사랑니를 환난 대마왕중에 하나로 치부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그 대마왕을 벼르고 벼르다가 봄도아니고 겨울이라기에도 애매한 이 때에 뽑기로 한 것이다. 일종의 숙원사업이었음에도 실행은 급히 진행한 것이라 일반 사설병원을 알아보았는데 사랑니를 전문적으로 뽑는 신촌 잎사귀 치과로 갔다. 포경수술만큼 고통이 회자되고 남녀불문하고 겪는 글로벌 고통이기에 그 예후와 사례를 익히 들었던 터라 잔뜩 쫄아서 갔지만 정작 대마왕인줄 알았던 사랑니 발치는 아무 고통도 없이 싱겁게 5분만에 끝났고 수술대 구석에 힘없이 4조각으로 쪼개져 널부러져있는 녀석을 힐끗 바라보다 나왔다.
애걔, 고작 이것 때문에 쫄아서 7년간 고생했던거야?
2차 성징기, 젊은이의 상징, 마지막 신체 변화인 사랑니가 떠나갔다.
내 치아는 더이상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다.
왠지 푹 늙어버린 기분이다.
신체의 마지막 진보였던 사랑니가 갔다
남은것은 유지/보수 일 것이다.
이렇게 보수가 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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